행록4장31절
상제께서 인사를 드리는 김 갑칠(金甲七)에게 농사 형편을 물으시니 그는 「가뭄이 심하여 아직까지 모를 심지 못하여 민심이 매우 소란스럽나이다」고 아뢰었도다. 상제께서 그 말을 들으시고 「네가 비를 빌러 왔도다. 우사(雨師)를 너에게 붙여 보내리니 곧 돌아가되 도중에서 비가 내려도 몸을 피하지 말라」고 이르시니라. 갑칠은 발병 때문에 과히 좋아하지 아니하니라. 상제께서 눈치를 차리시고 「사람을 구제함에 있어서 어찌 일각을 지체하리오」 하시고 가기를 독촉하시니라. 갑칠이 서둘러 돌아가는 길에 원평에 이르러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도다. 잠깐사이에 하천이 창일하여 나무다리가 떠내려가게 되니라. 행인들은 모두 단비라 일컬으면서 기뻐하는도다. 흡족한 비에 모두들 단숨에 모를 심었도다.
행록4장32절
상제께서 무신년 七월에 구릿골 약방에 계실 때 양지에 글을 쓰시더니 전 간재(田艮齋)의 문도(門徒) 五ㆍ六명이 대립(大笠)을 쓰고 행의를 입고 나와서 「선생님 뵈옵겠습니다」 하며 절을 하기에 상제께서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희 선생이 아니로다」 하시며 절을 받지 아니하시니 그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두커니 섰다가 물러갔도다.
행록4장33절
또 한번은 음양(陰陽) 두 글자를 써서 약방 윗벽에 붙이고 그 위에 백지를 덧붙이고 「누가 걸리는가 보라」 하시니라. 한참 후에 「나약한 자가 걸렸다」고 말씀하셨도다.
행록4장34절
또 어느 날 낙양의 들 근방을 지나실 때 황소 두 마리가 싸우는 것을 보시고 가까이 다가가서 뿔을 두 손으로 하나씩 잡고 소귀에 무슨 말씀을 이르시니 소들이 흩어져 가는도다.
행록4장35절
상제께서 여러 종도를 데리고 익산리를 거쳐 나루터에 이르시니 사공은 없고 빈 배만 있는지라. 상제께서 친히 노를 저어 건너가서 하늘을 쳐다보고 웃으시니라. 종도들이 우러러보니 이상한 서운이 노를 저어 하늘을 건너가는 모양을 이루었도다.
행록4장36절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상제께서 김 병욱의 집에 들르시니 종도들이 많이 모여 있었도다. 병욱이 아내에게 점심 준비를 일렀으되 아내는 무더운 날씨를 이기지 못하여 괴로워하면서 혼자 불평을 하던 차에 갑자기 와사증에 쓰러지는지라. 이 사정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가라사대 「이는 그 여인의 불평이 조왕의 노여움을 산 탓이니라」 하시고 글을 써서 병욱에게 주시면서 아내로 하여금 부엌에서 불사르게 하셨도다. 아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부엌에 나가서 그대로 행하니 바로 와사증이 사라졌도다.
행록4장37절
무신년 여름에 문 공신이 동곡에 와서 상제께 배알하니라. 그 자리에서 상제께서 그를 보고 「네가 허물을 뉘우치고 습성을 고치지 아니하면 앞날에 난경이 닥쳐오리라」고 꾸짖고 타이르셨도다.
행록4장38절
상제께서 어느 날 공신에게
「대천일해(大天一海)에 무근목(無根木)이 떠 있고 가지는 열두 가지 잎은 三百六十 잎이 피었으니 뚜렷이 일월(日月)이 희도다. 九ㆍ十월 세단풍(細丹楓) 바람잡아 탄금(彈琴)하니 슬프다 저 새소리 귀촉도 불여귀(歸蜀道不如歸)를 일삼더라」는 시조 한 수를 외워주셨도다.
행록4장39절
상제께서 경석의 집에 머물고 계시다가 동곡에 이르셨도다. 한 공숙(韓公淑)이 어느 날 상제를 배알하러 온지라. 상제께서 그와 술을 나누시다가 「일을 많이 하였도다」고 말씀을 건네시면서 친히 술을 따르셨도다. 그는 황송하여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제가 무슨 일을 하였다고 하시나이까. 하여 드린 바가 없사옵니다」고 여쭈면서 받은 잔을 마셨도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그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이 「지난 밤 꿈을 꾸었나이다」고 여쭈는지라. 그 말을 상제께서 받으시고 「일을 많이 하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을 뜻하노라」고 가르치시니라. 시좌하고 있던 종도들이 모두 공숙의 꿈을 궁금하게 여기는지라. 공숙이 「상제께서 저희 집에 오셔서 천하 호구(戶口)를 성책(成冊)하여 오라 명하시기에 오방신장을 불러서 성책하여 상제께 올렸나이다」고 꿈 이야기를 털어놓았도다.
행록4장40절
상제께서 하루는 공우(公又)를 데리고 어디를 가실 때 공우에게 우산을 사서 들게 하셨도다.
공우는 상제께서는 원래 우산을 받는 일이 없었고 비록 비오는 날 길을 가실지라도 비가 몸에 범하는 일이 없었던 일을 생각하여 이상히 여기더니 뜻밖에 비가 오는도다. 상제께서 공우에게 우산을 받으라 하시니 공우는 상제께 받으시길 청하여 서로 사양하다가 함께 비를 맞아 옷이 흠뻑 젖으니 상제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뒤로는 우산을 들지 말라. 의뢰심과 두 마음을 품으면 신명의 음호를 받지 못하나니라」고 하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