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운2장51절 |
부산 대신동(釜山大新洞)의 산비탈 판자촌에 큰 불이 갑오년 三월에 일어나니라. 그 불길이 강한 동남풍을 타고 보수동 도장을 향해 번져오므로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하니라. 이때 오 치국ㆍ박 봉상이 이를 도주께 아뢰니 듣고 계시다가 문을 열고 대신동 쪽을 바라보셨도다. 거세던 동남풍이 누그러지고 서풍이 일더니 불이 꺼지는도다. |
교운2장52절 |
이해 봄 어느 날 도주께서 보수동 산정에서의 공부를 멈추고 대청에 나오셔서 「앞으로 신도들의 동(動)이 두 번 있으리라」고 말씀하시고 그 주변에 사는 신도들의 사정을 물으셨도다. 이때 박 한경ㆍ오 치국ㆍ임 규오ㆍ박 중하ㆍ박 봉상ㆍ이 인호 등이 시좌하였도다. |
교운2장53절 |
도주께서 갑오년 가을에 박 한경에게 사략 상하권(史略上下卷)과 사서 삼경(四書三經)의 구판을 구하게 하시므로 이때에 통감(通鑑)ㆍ소학(小學)ㆍ대학(大學)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ㆍ시전(詩傳)ㆍ서전(書傳)ㆍ중용(中庸)ㆍ주역(周易)의 구판을 구하여 올렸더니 이 책들은 그 후에 도장에 비치되었도다. |
교운2장54절 |
도주께서 다음 달에 박 한경(朴漢慶)과 김 용화(金容和)ㆍ김 해구(金海九)ㆍ오 치국(吳治國)ㆍ류 철규(柳喆珪)ㆍ이 윤섭(李允燮)ㆍ류 한규(柳漢珪)ㆍ김 영하(金永河)ㆍ오 영식(吳永植) 등을 데리시고 해인사(海印寺) 경내에 있는 관음전(觀音殿)이자 심검당(尋劒堂) 뒤편의 다로경권(茶爐經卷)에서 사흘 동안 공부를 하셨도다. 그러나 공부에 관한 말씀은 없으시고 「사명당(四溟堂)의 입적실에 가서 불공이나 드리고 가리라」 말씀하시니 박 한경과 그 외 세 사람이 먼저 그곳을 돌아보고 와서 가시기를 청하니 「너희들이 다녀왔으면 되었다」고 말씀하시고 근처에 있는 백련암과 그 외 여러 암자를 돌아보시고 길에 오르셨도다. |
교운2장55절 |
도주께서 해인사에서 돌아오신 다음날에 여러 종도들을 모아 놓고 「상제께서 해인을 인패라고 말씀하셨다고 하여 어떤 물체로 생각함은 그릇된 생각이니라. 해인은 먼 데 있지 않고 자기 장중(掌中)에 있느니라. 우주 삼라 만상의 모든 이치의 근원이 바다에 있으므로 해인이요, 해도 진인(海島眞人)이란 말이 있느니라. 바닷물을 보라. 전부 전기이니라. 물은 흘러 내려가나 오르는 성품을 갖고 있느니라. 삼라 만상의 근원이 수기를 흡수하여 생장하느니라. 하늘은 삼십 육천(三十六天)이 있어 상제께서 통솔하시며 전기를 맡으셔서 천지 만물을 지배 자양하시니 뇌성 보화 천존 상제(雷聲普化天尊上帝)이시니라. 천상의 전기가 바닷물에 있었으니 바닷물의 전기로써 만물을 포장하느니라」고 말씀하셨도다. |
교운2장56절 |
어느 날 시종자들이 도주를 뵈옵고 조수(潮水) 이치를 알고자 여쭈니 도주께서 「바다의 조석(潮汐) 이치는 음이다. 一매부터 五매까지는 동몽(童蒙)이요, 六매는 성년(成年)이요 六매가 한 사리이요, 十五일은 六매 한 사리이고 十六일은 二사리이고 十七일은 三사리이고 十八일은 四사리이고 十九일은 五사리이며 二十일은 六사리이며 곧 六격기이니라. 二十一일은 소격기이고 二十二일은 호(湖)이며 二十三일은 조금이고 二十四일은 무시이니라. 二十五일은 一매이고 二十六일은 二매이며 二十七일은 三매이며 二十八일은 四매이고 二十九일은 五매이며 三十일은 六매 한 사리이니라」고 알려주시고 또 「二十九일의 작은 달에서는 그믐날의 아침의 조와 저녁의 석을 계산하느니라. 말하자면 아침의 조를 五매로 저녁의 석을 六매로 계산하여 그믐날 하루를 두 사리로 계산하는도다」고 일러 주셨도다. |
교운2장57절 |
병신년 三월에 박 한경은 도주의 분부를 좇아 류 철규ㆍ박 종순과 함께 정하신 바에 따라 공주 동학사(東鶴寺)에 이르렀도다. 이 절의 경내에 동계사(東雞祠) 삼은각(三隱閣)과 단종왕의 숙모전(肅慕殿)이 있고 생육신과 사육신을 추배한 동묘 서묘가 있으니 신라 고려 조선의 삼대 충의지사를 초혼한 곳이로다. 이곳의 관리자는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 팽년(朴彭年)의 후손이고 정기적으로 청주에서 내왕하면서 관리하고 있었도다. 그러므로 평상시에는 문이 닫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는데 이날따라 그 후손이 도주께서 불러 나온 듯이 미리 와서 문을 여니 도주께서는 배종자들을 데리시고 이곳을 두루 살피셨도다. 그리고 동학사 염화실(拈花室)에서 이레 동안의 공부를 마치시고 말씀하시길 「이번 공부는 신명 해원(神明解冤)을 위주한 것이라」고 이르셨도다. |
교운2장58절 |
도주께서 종도들에게 「다섯 화공이 각기 맡은 대로 용 한 마리를 그렸느니라. 그림이 잘 되고 못 된 것은 그들이 모두 그린 뒤에야 알게 되니라」고 일러 주셨도다. |
교운2장59절 |
또 도주께서 하루는 「있는 말 없는 말을 꾸며서 남을 유혹하지 말고 올바르게 진리를 전하라. 혹세무민하는 행동은 천지 안에서 용납할 길이 없도다」고 종도들을 깨우치셨도다. |
교운2장60절 |
박 한경이 이해 八월에 충청도 지방을 두루 다니면서 교화에 힘을 다하고 있던 중에 급히 도장으로 귀환하라는 도주의 분부를 받고 류 철규와 함께 돌아오니 도주께서 지리산 쌍계사(智異山雙磎寺)에 갈 터인데 배종할 것을 분부하시니라. 다음날에 박 한경ㆍ류 철규ㆍ한 상덕ㆍ김 재복이 도주를 모시고 절에 이르러 정하신 바에 따라 청학루(靑鶴樓)의 뒷계단 위에 있는 영주각(瀛洲閣)의 정결한 방으로 주지의 안내를 받았도다. 도주께서 이레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생각하였던 바와는 달리 쉽게 마쳤다고 하시고 「趙鼎山來智異應 一布衣來白日寒」이라 고 말씀하셨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