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록3장21절
八월에 김 형렬이 입석리(立石里)에 계시는 상제를 배알하고자 찾았도다. 상제께서 수둥다릿병이 다소 회복되었으므로 형렬의 안내로 하루 이삼십 리씩 걸어서 함열 회선동의 김 보경의 집에 이르셨도다.
행록3장22절
상제께서 언제나 돈 한두 냥을 몸에 지니고 다니셨도다.
행록3장23절
상제께서 김 형렬을 앞세우고 익산군 만중리(益山郡萬中里) 황 사성(黃士成)의 집에 이르러 머무실 때 어떤 사람이 얼굴에 노기를 띠고 문을 홱 닫는 바람에 벽이 무너졌도다. 이것을 보시고 곧 상제께서 같은 동리의 정 춘심(鄭春心)의 집에 옮기시니라. 황 사성의 부자가 춘심의 집으로 상제를 뵈옵고자 와서 전말을 아뢰니라. 황 사성의 부친 숙경이 황 참봉(黃參奉)으로부터 돈을 얻어 썼으나 그는 죽고 그 아들이 사람을 시켜 숙경에게 갚을 것을 독촉하러 온 것인데 그자가 빚을 갚지 않으면 경무청에 고발하여 옥에서 신세를 썩게 하리라고 위협하고 돌아가는 마당에 상제께 들른 것이외다. 이 말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벽을 무너뜨렸으니 그 일은 풀리리라. 삿갓 한 닢과 필목 한 필을 사 오라」고 숙경에게 이르시고 「이것은 양자 사이의 길을 닦는 것이니라」고 알리고 「이후 일이 순조롭게 풀리니 염려하지 말라」고 이르셨도다. 연말에 순검이 채무관계로 숙경을 잡으므로 숙경이 순검에게 채권자의 집에 들러 주시기를 간청하니 순검이 그 채권자의 집에 데리고 가니 참봉의 아들이 숙경이 잡혀온 것을 보고 힐난하거늘 그 아들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러 「저 어른은 너의 부친의 친구이신데 네가 차마 그분을 옥에 가두게 하다니 금수와 같은 행위를 하려고 하느냐」고 책망하면서 아들로부터 증서를 빼앗아 불살랐도다.
행록3장24절
갑진(甲辰)년에 도적이 함열에서 성하였도다.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거니와 김 보경도 자기 집이 부자라는 헛소문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느니라. 이해 九월 중순경에 상제께서 함열 회선동 김 보경의 집에 오셨도다. 보경이 「도적의 해를 입을까 염려되오니 어찌 하오리까」고 근심하니 상제께서 웃으시며 보경의 집 문 앞에 침을 뱉으시니라. 상제께서 떠나신 후로 도적이 들지 않았도다.
행록3장25절
갑진년 十一월에 전주에 민요가 일어나서 인심이 흉흉하니라. 이 소란 중에 상제께서 전주에 이르셨도다. 김 보경이 상제를 배알하니 상제께서 「김 병욱이 국가의 중진에 있으니 민심의 동요를 진무하여 그 천직을 다하여야 할 일이거늘 그 방책이 어떤 것인지」 하시고 궁금히 여기시니 보경이 병욱에게 이것을 전하였느니라. 병욱은 「나의 힘으로 물 끓듯 하는 민요를 진무할 수 없으니 상제의 처분만을 바라옵니다」고 말씀드렸도다. 상제께서 보경으로부터 사정을 알아차리시고 웃으시기만 하시니라.
이날 밤에 눈비가 내리고 몹시 추워져 노영(露營)에 모였던 민중은 내리는 눈비와 추위에 견디지 못해 해산하고 사흘 동안 추위와 눈비가 계속 내리므로 민중이 다시 모이지 못하니 민요는 스스로 가라앉았도다.
행록3장26절
상제께서 섣달에 원평에 와 계셨을 때에 박 제빈(朴齊斌)이 전라도 전주에 출두하고 군수 권 직상(權稷相)이 파직될 것이란 소문이 떠돌므로 김 병욱도 전주 군장교에 있는 신분으로서 일이 어찌 될까 염려하여 상제를 찾아뵈옵고 걱정하니 상제께서 「근심하지 말라 무사하리라」고 일러 주셨도다. 며칠 후에 박 어사가 전주부에 들어섰으나 그의 면관비훈이 전주부에 내려오므로 상제의 말씀대로 일은 무사하였도다.
행록3장27절
상제께서 을사년 김 보경의 집에서 종도들에게 소시에 지은 글을 외워 주셨도다.
運來重石何山遠 粧得尺椎古木秋
霜心玄圃淸寒菊 石骨靑山瘦落秋
千里湖程孤棹遠 萬方春氣一筐圓
時節花明三月雨 風流酒洗百年塵
風霜閱歷誰知己 湖海浮遊我得顔
驅情萬里山河友 供德千門日月妻
또 하나를 외우셨도다.
四五世無顯官先靈生幼學死學生
二三十不功名子孫入書房出碩士
행록3장28절
상제께서 을사(乙巳)년 봄 어느 날 문 공신에게 「강 태공(姜太公)은 七十二둔을 하고 음양둔을 못하였으나 나는 음양둔까지 하였노라」고 말씀하셨도다.
행록3장29절
상제께서 금산면 용화동(金山面龍華洞)의 주막에 들르셔서 술을 잡수시려고 하였으나 술이 없었기에 술을 빚었던 항아리에 물을 부으시고 손으로 저으신 후에 마시고 또 종도들에게도 나눠 주시니 그 맛이 꼭 본래의 술 맛과 다름이 없었느니라. 이 일은 병오년 정월에 있었도다.
행록3장30절
김 갑칠이 친산을 면례하려고 모든 기구를 준비하였더니 상제께서 「내가 너를 위하여 면례하여 주리라」 하시고 준비한 모든 물품을 불사르시고 난 뒤에 「그 재를 앞 내에 버리고 하늘을 쳐다보라」 하시니 갑칠은 이상한 기운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치는 것을 보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