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2장1절
박 공우의 아내가 물을 긷다가 엎어져서 허리와 다리를 다쳐 기동치 못하고 누워 있거늘 공우가 매우 근심하다가 상제가 계신 곳을 향하여 자기의 아내를 도와 주십사고 지성으로 심고하였더니 그의 처가 곧 나아서 일어나느니라. 그 후 공우가 상제께 배알하니 웃으며 가라사대 「내환으로 얼마나 염려하였느냐」 하시니라. 또 박 공우가 큰 돌을 들다가 허리를 상하여 고생하면서도 고하지 않았더니 하루는 상제를 모시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노하여 말씀하시기를 「너의 허리를 베어버리리라」 하시더니 곧 요통이 나았도다.
권지2장2절
상제께서 양지에 글을 쓰시면서 공사를 보시던 중에 김 보경을 불러 「동쪽에 별이 나타났느냐 보아라」 하시니 그가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서 「검은 구름이 가득히 하늘을 덮어서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고 아뢰니 상제께서 창문을 열고 동천을 향하여 헛기침을 하시니 구름이 흩어지고 별이 나타나는도다.
권지2장3절
종도 공우가 상제를 모시고 신 경수의 집에 머물렀느니라. 공우는 밤에 잠자리에서 빛나는 사람 수십 명이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상제가 계시는 문밖의 뜰에서 배례하는지라 이에 놀라서 공우는 상제의 등 뒤에 숨었도다. 아침에 상제께서 꿈 이야기를 물으시거늘 공우가 그대로 아뢰니 다시 가라사대 「그들이 천상 벽악사자(天上霹惡使者) 이니라」 하셨도다.
권지2장4절
공우가 상제를 좇은 후로부터 순유에 자주 시종하였도다. 그는 상제께서 어디서든지 머무시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실 때는 밤이면 달무리, 낮이면 햇무리가 나타나는 것을 증험하였으므로 언제든지 햇무리나 달무리만 나타나면 출입하실 줄 알고 먼저 신발과 행장을 단속하여 명을 기다리고 있노라면 반드시 불러 길을 떠나자 하셨도다. 대저 상제께서는 어디를 가시든지 미리 말씀하신 일이 없었도다.
권지2장5절
상제께서 김 익찬(金益贊)을 데리시고 전주 세천(細川)을 지나실 때 일본인 포수가 냇물 위에 앉아 있는 기러기 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시고 가라사대 「차마 보지 못하겠노라」 하시고 왼발로 땅을 한 번 구르시고 그 자리에 서시니라. 그 찰나에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지라. 그 뒤에 상제께서 발을 옮기시더니 그제야 총소리가 들렸도다.
권지2장6절
상제께서 불가지로부터 전주로 향하여 가시는 도중에 동남쪽부터 큰 비가 몰려오기에 길 복판에 흙을 파서 침을 뱉고 흙을 덮으시는도다. 비가 그 자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더니 한 갈래는 동쪽으로 또 한 갈래는 서쪽으로 향하여 몰려가는도다.
권지2장7절
동리 사람들이 상제를 배알하고 오늘은 단오절이오니 학선암(學仙庵)에 가서 소풍하시기를 청하거늘 상제께서 응낙하시고 자현(自賢)을 데리고 가시다가 도중에서 폭우가 쏟아지려고 하는지라. 사람들이 달음박질하여 비를 피하려고 하나 상제께서 자현을 불러 「천천히 갈지어다」고 이르시고 노방에 앉으셔서 담배를 피우시고 몰려오는 구름 쪽을 향하여 담배 연기를 뿜으셨도다. 그리고 자리를 뜨시며 천천히 걸어 학선암에 이르시니 곧 비가 억세게 내리기 시작하였도다.
권지2장8절
김 경학이 일찌기 동학에 가입하여 三개월 동안 시천주의 수련을 하던 중에 어느 날 꿈에 천상에 올라 상제를 뵈온 일이 있었노라. 상제께서 어느 날 「네 평생에 제일 좋은 꿈을 꾼 것을 기억하느냐」 하시니 경학이 상제를 천상에서 뵈옵던 꿈을 아뢰었도다. 그리고 그는 상제를 쳐다보니 상제의 지금 형모가 바로 그때 뵈옵던 상제의 형모이신 것을 깨달으니라.
권지2장9절
천문을 보시려면 대체로 구름으로 하늘을 덮고 성수를 하나씩 나타나게 하여, 종도로 하여금 살피게 하기도 하셨도다.
권지2장10절
상제께서 정미년에 와룡리 황 응종의 집에 머물고 계셨도다. 상제께서 응종의 딸에게 앞마당에 볏짚을 깔고 청수를 올리라 하시니 그 딸이 곧 청수를 동이에 넣어 올렸더니 갑자기 뇌성 벽력이 크게 일어나며 폭우가 억수같이 쏟아졌으나 청수동이를 놓은 다섯 자 가량의 둘레에는 한 방울의 빗물도 없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