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축

(전북 정읍시 감곡면 통석리 순촌마을)

 

        

상제님께서는 무신년(1908년) 무더운 여름날 신방축에서 일본의 지기(地氣)를 뽑는 공사를 보셨다. 신방축은 천아산(천애산이라고도 함)의 줄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방죽인 순지제(蓴池堤)가 ‘신방죽’, ‘신방축’으로 불리며 마을 이름을 ‘순촌’이라 하였다. 즉, 신방축은 마을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방죽인 순제의 이름이다. 방죽은 방축(防築)과 같은 말이며 해자 호(濠)를 써서 한자지명으로 신호(神濠)로 표기하였다. 그 이유는 방축이 큰 구덩이, 즉 큰 호(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호구총수』(1789년)에 나와 있는 태인군 감산면의 '순제리(蓴堤里)'가 바로 신방축인데, 구전하는 바에 의하면 방죽 안에 수초(水草)인 노란 순이 달린 아름다운 나물이 많이 있어, 흉년이 들면 주민 모두가 순을 먹으며 견뎠다고 한다. 예쁘고 맛있어서 임금님께 진상하였으니, 이 방죽을 순이 나는 ‘방죽’ 혹은 ‘방축’이라 하여 ‘순방축’ 혹은 ‘순방죽’ 이라 하였고 마을을 순촌(蓴村)이라 했다.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시던 당시에는 신방축 마을에 대장간이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종도들은 상제님이 쓰신 많은 글을 풍굿불에 태웠다고 하는데, 풍구는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거나 또는 녹이기 위하여 화덕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기구이다. 지역에 따라 풀무, 불무, 풍구 등으로 부른다. 전라도에서는 주로 ‘불무’라고 불렀다.

상제님께서는 김갑칠(金甲七)을 전주 김병욱(金秉旭)에게 보내 세상의 소문을 듣고 오게 하신다. 갑칠은 병욱에게서 일본 신호(神戶) 즉 고베에 큰 화재가 났다는 신문보도를 듣고 돌아오게 된다. 1908년 8월 28일(음력) 대한매일신보 1면에 실려 있는 신문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 신호에서 전해 온 전보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음력) 정오에 신호의 철도청 병고 안에 있던 페인트 창고에서 불이나 목공장, 토공장, 잡품 창고, 사무소 등 십수 채의 건물과 수레 아홉 채를 다 태웠는데, 그 피해액은 무려 90만 환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불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상제님께서 신방축에서 보신 공사의 영향으로 일본 고베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니 그 이유를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신방축의 신호(神濠)와 일본 고베의 신호(神戶)가 어음이 같음을 취하여 공사를 보신 것이라 하셨다. 이와 비슷한 일례로 상제님께서 청주 만동묘(淸州 萬東廟)에서 국공사를 행하려 하셨으나 길이 멀고 왕래가 불편하므로 도원(淸道院) 류찬명의 집에서 공사를 행하신 바 있으셨다.

흥미로운 것은 상제님께서 김갑칠을 김병욱에게 보내 세상의 소식을 듣게 하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세상의 소식 중에서 일본의 소식이 필요한 것이었다.

상제님께서는 김형렬(본명: 김원회), 차경석(본명: 차윤홍), 박공우(본명: 박경안) 등 많은 종도들의 이름을 개명하면서 공사를 보셨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방축 공사에 참여한 종도의 이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김병욱(金秉旭) 종도의 이름의 한자는 잡을 병, 햇살치밀 욱이다. 이 햇살치밀 욱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 욱일기(旭日旗)의 한자와 같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 아침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일본의 군기이다.

또한 김병욱은 계묘년(1903년) 4월부터 남원의 세금을 거두는 관직에 있었는데, 이때 박영효가 일본에 망명하여 혁명을 도모하고 병욱이 또 그에 연루되어 있다고 하였다.

김병욱은 그의 이름뿐 아니라 갑신정변을 일으킨 친일파 박영효와도 친분이 있었으니 일본과 연관이 많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 김갑칠을 김병욱에게 보낸 것은 일본의 소식을 콕 집어서 듣고 오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도 신방축 공사가 일본의 지기를 뽑는 공사이기 때문에 일본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상제님께서는 일본의 지기가 강렬하여 민족성이 탐욕과 침략성이 강하고 남을 해롭게 하는 것을 일삼는다고 하셨다. 일본은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화산 분화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본에는 실제 활동을 하는 많은 활화산이 있다. 지하에는 뜨거운 용암이 흐르며, 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사람은 딛고 있는 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일본의 지하에 있는 뜨거운 용암과 불의 영향으로 일본인의 민족성이 탐욕과 침략성이 강하게 되었고 남을 해롭게 하는 것을 일삼게 되었다. 일본과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에게 그 해가 미쳤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왜구의 침입을 빈번하게 받았으며 그 피해도 적지 않았다. 사료(史料) 상 왜구가 등장하는 것은 13세기이다. 왜구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가장 심했고, 특히 고려 말 약 40년간은 피해가 커서 고려 멸망의 한 요인이 되기까지 하였다. 연해안 지역은 빈번한 왜구로 피해를 많이 입어 ‘연해안 수십 리의 지역에는 인가가 전혀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황폐화 되었다.

또한 1592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으로 임진왜란이 발생하였다. 7년간의 전쟁으로 국토 대부분이 초토화되었고, 150만결에 달했던 경작지가 임진왜란 후에는 30만결로 대폭 줄어들었다.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조선 전체인구의 1/6 정도가 사망하였다.

 

이처럼 일본의 강렬한 지기는 우리나라에 큰 해를 끼쳐왔고, 상제님께서는 일본의 지기를 뽑는 공사를 행하셨다. 하지만 일본은 1910년 조선을 강제병합하고 식민지로 삼았다. 더 나아가 1939년에는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 세계를 전쟁에 빠지게 하였다. 그 결과 수천만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낳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무신년(1908년) 상제님께서 신방축 공사를 통해 일본의 지기를 뽑았는데 왜 일본의 탐욕과 침략성은 더 강해졌을까?

상제님께서는 “앞으로 그 지기가 뽑힐 징조이로다.” 라고 하셨다. 바로 지기가 뽑혔다고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기가 뽑힐 징조라고 하셨다. 이 구절을 통해서 우리는 상제님 공사가 바로 진행 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황극신을 옮기는 공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전경』에는 “이제 황극신이 옮겨져 왔느니라. 하시고 이때에 광서제가 붕어하였다.”고 하였지만, 『대순전경』 초판에는 조금 다르게 기술되어 있다. “이제 皇極神(황극신)의 길을 틔웟노라 하시더니 그때에 光緖帝(광서제)가 崩(붕)하니라.” 황극신이 옮겨온 것이 아니라 황극신이 올 수 있는 길을 틔었다고 하였다.

건축에 빗대어 보면 더 명확하다. 상제님이 보신 공사는 설계도, 공사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시공(施工)이라 할 수 있다. 설계도를 만들고 바로 시공에 들어 갈 수 있지만, 목적에 따라 시공은 늦추어질 수도 있고 정해져 있지 않다. 상제님의 천지공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상제님의 도인으로서 세상 모든 일이 상제님의 천지공사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제님께서는 지기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니라.” 인류가 반목하는 이유를 지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신 것이다. 작게는 일본의 지기가 강렬하여서, 넓게는 지기가 통일되지 못하여 사상과 생각이 다르기에 다툴 수밖에 없다고 하신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작게는 일본의 지기를 뽑고, 넓게는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질 것이라고 하셨다.

일본의 강렬한 지기는 화기(火氣)로 표현된다. 화기(火氣)와 상극되는 것이 수기(水氣)로, 물 기운을 뜻한다. 상제님께서는 “삼라만상의 근원이 수기를 흡수하여 생장한다”고 하셨다. 우리는 수기가 삼라만상의 근원과 관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상제님께서는 “이제 천하에 물 기운이 고갈하였으니 수기를 돌리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천지에 수기가 돌지 아니하여 묘를 써도 발음이 되지 않으리라. 이후에 수기가 돌때에 땅 기운이 발하리라.”고 말씀하셨도다.

상제님께서는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어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게 되어 강세하셨음을 밝히셨다. “수기가 돌때에 만국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통어(通語)하게 되나니 수기가 돌때에 와지끈 소리가 난다.”고 하셨다. 우리는 수기가 돌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기가 돌기 시작하면 지상선경이 가까워지는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제님께서 신방축에서 공사를 보신 이유는 일본의 화기(火氣), 지기가 강렬하여 남을 해롭게 하였기 때문이다. 남을 잘 되게 하여야 한다는 상제님의 해원상생과는 정반대되는 상극의 기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지기를 뽑으신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수화금목대시이성 수생어화 고천하무상극지리(水火金木待時以成 水生於火 故天下無相克之理)라고 하셨다. 오행의 일반적인 성질로는 수(水)는 화(火)를 극(克)하는 것이지만, 상제님께서는 수(水)가 화(火)를 생(生)한다고 하셨다. 상극(相克)이 상생(相生)으로 바뀐 것이다. 상극을 상생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수도의 대의(大意)가 아닌가 싶다.

“남을 잘 되게 함은 상생대도(相生大道)의 기본원리요 구제창생(救濟蒼生)의 근본이념(根本理念)이라. 남을 위해서는 수고를 아끼지 말고, 성사(成事)에는 타인과의 힘을 합하여야 된다는 정신을 가져 협동생활에 일치(一致) 협력이 되게하라”고 하셨다. 무릇 수도인들은 호생지덕(好生之德)과 남을 잘되게 하는 마음으로 정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기가 돌때 나아가야할 길이 보일 것이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