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산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 신월리 신송마을)

 

전주와 임실 사이에서 남쪽을 향해 빠지면서 하나는 서쪽에서 모악산을 이루고 또 하나는 남쪽으로 뻗어서 순창의 부흥산과 정읍의 노령을 이룬다. 정읍과 고창을 연결하는 곳에 호남 평야가 펼쳐져 있고 그 평야에는 토산무석(土山無石)의 땅인 고부(古阜)가 있다. 이 하늘 아래 첫 땅인 고부군 덕천면과 우덕면에 걸쳐 바로 시루산이 있다. 시루산에 대해 『전경』 행록 제1장 2절과 3절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봉래산(蓬萊山) · 영주산(瀛州山) · 일명 신선봉(神仙奉) 방장산(方丈山)의 세산이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워오던 곳이로다. 방장산(方丈山)으로부터 내려오는 산줄기에 망제봉(望帝奉)과 영주산이 우뚝 솟으니 그 뒷기슭과 함께 선인포전(仙人布氈)을 이룩하고 있도다. 망제봉의 산줄기가 기복연면하여 시루산을 이룩하였도다.” 내용을 살펴보면 상제님께서 신선봉(神仙奉)의 기운을 쫓아 망제봉(望帝奉) 즉 천제(天帝의) 강세를 바라는 봉우리를 통하여 시루산(甑山)의 이치로 오신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시루의 상징을 살펴보면 시루는 과거에 무속에서 술과 함께 신에게 바치는 가장 중요한 제물로 쓰였다. 그래서 굿을 할 때는 중요한 신마다 따로 떡을 쪄서 시루째로 바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루가 같이 바쳐지는 이유는 바로 시루 자체가 신성한 그릇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시루의 구멍을 살펴보면 5개부터 시작하여 7개, 9개 등으로 뚫려져 있다. 이 구멍이 하늘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둥근 시루를 엎어 놓았을 때 그 형상이 하늘 모양과 같다고 해서 뚫린 구멍을 오천, 칠천, 구천을 의미하기도 한다. 흔히 하늘을 구천(九天)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시루는 우주(宇宙)를 담고 있는 큰 그릇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상제님께서는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루산 아래 손바래기 마을에서 태어나셨고 탄강하신 마을을 상제께서 탄강하시기 이전에는 선망리(仙望里)라고 부르더니 후에는 객망리(客望里)라고 부르고 화천하신 후에는 신월리(新月里)로 고쳐 부르고 다음은 신기리(新基里)로 이제는 신송리(新松里)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마을주위의 지명도 예사롭지 않다. 시루산 남쪽으로 뻗은 등(燈)판재 너머로 연촌(硯村), 강동(講洞), 배장골(拜將谷), 시목동(柿木洞), 유왕골(留王谷), 필동(筆洞) 등이 있으며 그 앞들이 기름들이고 이 들의 북쪽에 있는 산줄기가 뻗친 앞들에 덕천사거리가 있고 여기서 이평에 이르는 고갯길을 넘으면 부정리가 있고 그 옆골짜기가 쪽박골이다.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등판재가 있다.(역학상 남방은 2.7 火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연원을 알아보고자 한다. 부정리(扶鼎里)는 솥정(鼎)자로써 도주님을 의미하고 쪽박골은 박(朴)을 의미한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자면 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루 안에 쌀가루를 부어 물솥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펴 시간이 지나면 완성된다. 여기에서 불은 숯을 의미하고 숯은 다시 목탄을 나타내며 목탄은 목성(木姓)이니 木姓이 박씨(朴氏) 즉, 도전님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진리는 상제님과 도주님 그리고 도전님을 통해서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루산의 지형을 살펴보았을 때 상제님의 계시를 받으셔서 종통을 세우신 도주님께서 직접 유명으로 도전님께 종통을 전하신 연원(淵源) 임을 알 수 있었으며, 다른 구절에서도 연원에 대해 찾아볼 수 있다.

 “상제께서 본댁에 간수했던 선대의 교지를 찾아 옥새가 찍힌 부분을 도려내고 불사르신 다음에 그 부분과 엽전을 비단에 싸서 한쪽에 끈을 달아 손에 들고 목에 붉은 베를 매고 딸각딸각 소리를 내시며 시루산을 오르내리면서 큰 목성으로 도통줄이 나온다고 외치시니 이 뜻을 모르고 사람들은 없어진 교지만을 애석하게 여겼도다.”(예시 18절.)

 “상제께서 형렬(亨烈)의 집에 머무르고 계실 때 형렬이 집안이 가난하여 보리밥으로 상제를 공양하여 오던 차에 八월 추석절을 맞게 되어 쇠솥을 팔아서 공양코자 하는지라 상제께서 가라사대 「솥이 들썩이니 미륵불(彌勒佛)이 출세하리라」고 이르셨도다.” (예시 86절.) 이 구절에서 솥은 도주님을 나타내고 미륵불을 상제님으로 보았을 때 도주님이 상제님의 계시를 받음으로써 상제님의 진리를 종통으로 세워 이어나갔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증산(甑山)⦁정산(鼎山)의 양산의 진리를 암시하여 도의 근원을 밝혀주신 것 과 같다. 시루산의 지형과 전경구절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연원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시루산은 상제님께서 공사를 보신 곳이기도 하다. “상제께서 공부를 계속하셨는데 어느 날 시루봉에서 진법주(眞法呪)를 외우시고 오방신장(五方神將)과 四十八장과 二十八장 공사(公事)를 보셨도다. 이 후에 상제께서 목에 붉은 수건을 걸고 쌍정리(雙丁里)에 있는 김 기진(金基鎭)의 집에 가셔서 그에게 공사에 관해서 말씀하셨도다. 이 집에 동리 사람들이 많이 모이곤 하였도다.”(행록 제5장 10절) 이 구절에서 상제께서 공사보신 오방신장과 사십팔장(四十八將) 그리고 이십팔장(二十八將)은 모두 신장이다. 신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를 다하며 범위가 세분화 되어 있다. 사십팔장은 “四十八장을 늘여세우고 옥추문을 열 때에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우리라.”(예시78절)에서 알 수 있듯이 신명계에서 상제님의 명을 받아 천지기강을 바로 잡는 역할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십팔장은 광무제를 도와 천하를 안정시킨 28명의 장수들로서 이십팔수를 각각 담당하는 신명들이다. 끝으로 오방신장은 각 방위에 들어오는 재해나 액으로부터 지켜주는 신장으로 동방청제신장(東方靑帝神將), 남방적제신장(南方赤帝神將), 서방백제신장(西方白帝神將), 북방흑제신장(北方黑帝神將), 중앙황제신장(中央黃帝神將)가 있다. 시루봉에서 상제님이 보신 공사는 천계(天界) 공사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상제께서 3년 동안 주유 하신 끝에 객망리에 돌아오셔서 공부를 하시던 어느날 나무꾼들이 나무를 하러 시루산 꼭대기에 갔다가 호둔(虎遁)하고 앉아 계시는 상제님을 보고 기겁해서 도망갔다.(행록 제2장 7절) 이에 상제님께서 호둔(虎遁)을 하여 범의 성질을 알아보시고 사람들이 개, 돼지와 같은 짐승으로 보여 인간에게 막대한 해를 끼칠까봐 종자를 전할 만큼만 남겨두고 번성치 못하게 하셨다.”(교법 제3장 19절) 이와 관련하여 “이 도삼이 어느 날 동곡으로 상제를 찾아뵈니 상제께서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낱낱이 세어보라” 하시므로 그는 범ㆍ표범ㆍ이리ㆍ늑대 … 에 이르기까지 세어 아뢰었도다. 상제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후천에는 다 없애리라”고 말씀하셨도다.”(공사 제3장 8절) 이와 같이 상제께서 사람에게 해치는 호랑이의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호둔하여 사람을 보니 짐승처럼 보여 사람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여 보신 공사(公事)이다. 즉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셨다고 할 수 있다.

시루산은 우리 도의 시발점인 곳이기도 하며 상제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몸으로 강세 하신 곳으로 공부와 공사를 통해 선천 상극세상에서 후천 상생 세상으로 바꾸는 위대한 진리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