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출동문 여자 이천인(夜出東門女子二千人)    

 

   ‘야출동문 여자 이천인(夜出東門女子二千人)’은 “밤에 여자를 동쪽 문으로 이천 명을 내보냈다”는 뜻으로 『전경』 의 “사람을 쓸 때는 남녀 노약을 구별하지 않으니라. 그러므로 진평(陣平)은 야출동문 여자 이천인(夜出東門女子二千人)이라 하였느니라.(교법 제2장 41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의 역사적 배경은 진평(陳平)이 한 고조를 도와 초의 포위망을 뚫고 나갈 때의 고사로서 『한서(漢書)』 「고제기(高帝記)」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진시황이 죽은 후에 진(秦)나라는 서로 세력다툼을 하게 되고, 당시에 초나라는 항우(項羽)가 그리고 한나라는 유방(劉邦)이 왕이 되어 패권을 잡기 위해 대립하던 상황이었다. 서로 전쟁을 하던 중에 유방이 형양(滎陽)에서 항우군에게 포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왕(漢王) 유방이 성을 탈출해야 될 긴박한 상황에서 한나라의 장군 기신(紀信)은 자신이 한왕(漢王)으로 변장해 초나라 병사들을 속이고 유방은 서쪽 문으로 몰래 도망가게 하는 계책을 내놓게 된다. 이에 진평(陳平)은 먼저 여자 이천여 명을 갑옷을 입혀 동쪽 문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이 뒤를 따라 기신(紀信)이 “식량이 다 떨어져 한왕이 초나라에 항복한다고” 말하며, 왕의 수레를 타고 왕의 깃발을 세우고 나타나니 초나라 병사들은 모두 한나라가 항복한 것으로 생각하고 만세소리를 외치며 성의 동쪽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때 한왕(漢王) 유방이 기마 이삼십 여기와 함께 서쪽문을 통해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전쟁의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비록 이천 명의 수라고는 하나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평은 여자 이천 명으로 패전의 기로에서 적진의 포위를 뚫고 한왕을 탈출시킴으로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하였다.

   상제님께서 위 구절을 말씀하신 것은 상제님의 일에는 남자, 여자, 늙은 사람 그리고 약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고쳐 쓰신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나는 하늘도 뜯어 고치고 땅도 뜯어 고치고 사람에게도 신명으로 하여금 가슴 속에 드나들게 하여 다 고쳐 쓰리라(…) 초목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게 되는 연고이니라”(교법 제3장 1절) 에서와 같이 상제님께서는 초목과 비록 말뚝이라도 기운만 붙이면 쓰실 수 있는 권능이 계시기 때문일 가능 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은 그 쓰임의 가치가 초목과 말뚝과 비교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사람이 상제님의 쓰임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 샐 틈 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말뚝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라.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큰 운수를 감당키 어려운 까닭이니라. 부자의 집 마루와 방과 곡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 차 있나니라.”(교법 제3장 4절)

 

   위의 구절에 나타나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은 신명으로 하여금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시지만 그 쓰임에는 전제되는 조건이 있는 것이다. 즉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 할 수 있어야 하고,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며,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큰 운수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오히려 부자의 집 마루와 방과 곡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 차 있으니 새 운수를 감당하지 못 할 것임을 말씀하신 내용이다.

   이렇게 볼 때 상제님께서 필요로 한 사람은 남과 여, 늙음과 약함, 빈부나 배움과는 상관이 없이 얼마나 척과 죄를 멀리하고 천진한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상태의 사람인가 하는 것일 것이다. 또한 “(…) 나는 시골에서 농판의 칭호를 듣되 군자나 천진으로 평이 있는 자를 택하노라”(예시 47절) 고 말씀하신 것과 같이 가식이 없이 진실 되고 순수한 사람을 상제님께서 택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세상은 부귀를 쫒기에 바쁘고 지혜와 강권을 도모하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시대에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기란 진정 어리석은 일 일수 있다. 또한 이것을 편히 한다는 것은 무한 경쟁 사회에 뒤쳐지는 것은 물론, 극도로 발달한 현 물질세계와는 사뭇 동 떨어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해원시대를 맞이하고 오직 창생의 편이를 위하여 거두지 않으시고 남겨둔 물질문명임을 이해한다면 이 시대의 진(眞)과 가(假)가 무엇이며, 사람은 지금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는 자명할 것이다.

 

   『전경』에 “事之當旺在於天地(사지당왕재어천지), 必不在人(필부재인), 然無人無天地(연무인무천지), 故天地生人用人(고천지생인용인), 以人生 (이인생) 不參於天地用人之時(불참어천지용인지시), 何可曰人生乎(하가왈인생호)”(교법 제3장 47절)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어떠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근본 원인이 천지에 있는 것이지 반드시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천지가 무용하므로 천지(天地)가 사람을 내서 그 사람을 쓰는 것이다. 이러할 진데 천지가 사람을 쓰고자 할 때 사람이 천지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이를 인생이라 할 수 있으리오’라는 뜻의 구절이다.

   상제님께서는 천지에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신다. 그리고 그 뜻하신 바 일을 이루기 위해 하늘은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공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태어 보내 주셨다. 모든 사람의 선령신들은 육십년 동안 공에 공을 쌓아 쓸 만한 자손 하나를 타 내려 하지만 그렇게 공을 드려도 자손하나를 얻지 못하는 선령 신들도 많다고 하셨다. 이 ‘야출동문여자 이천인(夜出東門女子二千人)’의 고사는 상제님께서 천지간 일에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시고 그 쓰심에 남녀노약을 가리지 않는 뜻을 잘 헤아려, 상제님께서 마음 껏 쓰실 수 있는 많은 인연을 찾고 쓰실 수 있는 인재로 길러야 할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것이 지각(知覺)이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가장 막중한 소임일 것이며, 진평이 남긴 고사를 인용하신 상제님의 뜻이라 이해 수 있을 것 같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