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하지세자 유천하지생기

知天下之勢者 有天下之生氣

암천하지세자 유천하지사기

暗天下之勢者 有天下之死氣

                                    

    이 “知天下之勢者 有天下之生氣 暗天下之勢者 有天下之死氣”의 글은 『전경』의 병세문(病勢文)에 수록되어져 있는 구절로서 “천하의 형세를 아는 자는 천하의 생(生)하는 기가 있고, 천하의 형세에 어두운자는 천하에 사(死)하는 기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 해야 할 대목이 바로 천하의 형세(形勢)일 것이다. 이 천하의 형세는 상제님께서 이 땅에 강세하시게 되는 필연적인 동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형세를 알고 모름은 우리에게 생(生)과 사(死)라는 두 갈림길을 직면하게 됨을 예시하고 있다.

시속에 ‘철부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을 가리키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뜻의 한자 ‘부지(不知)’가 합쳐진 말로서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철’은 절후(節侯)의 의미로 원래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서 주역의 영향을 받은 동양권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어린 소년이라도 지각을 차린 자에게는 철을 안다고 하며, 나이 많은 노인일지라도 몰지각하면 철부지 어린아이와 같다 하는 것으로 미루어 ‘철’은 사리(事理)를 헤아려 그때그때 인사와 도리를 행할 수 있는 지각(知覺)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지면에서는 상제님께서 우리에게 밝혀 놓으신 시운(時運)과 천하의 형세에 대해 알아보며 이 시대의 또 다른 ‘철부지’를 면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상제님께서 “이후로의 시대를 천지가 성공하는 때”(예시 30절)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상제님 강세 이후로의 시기를 말함으로 이때가 곧 천지의 가을이라는 말씀이다. 일 년의 가을은 만물이 결실 맺어 성공하는 때이지만, 천지의 가을은 우리 인간이 완성되어 성공하는 때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공은 자아대성(自我大成)인 지상신선실현(地上神仙實現)일 것이다. 따라서 서신(西神)이 사명하여 만유를 제재하여 모든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게 되는데 그것이 곧 개벽(開闢)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는 가을바람은 만물을 떨어지게도 하고 혹은 성숙도 시키는 것과 같이 인간도 참된 자는 큰 열매를 얻어 그 수명이 길이 창성하게 되며,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영원히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의 위엄을 떨쳐 불의를 숙청하기도 하며 혹은 인애를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나니 복을 구하는 자와 삶을 구하는 자는 힘쓸 지어다.” (예시 30절)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우주대원(宇宙大元)의 시간대 속에 현재 인류가 처한 시운(時運)이다.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상제님께서는 개벽의 주체인 개벽장(開闢長)으로 이때를 천지와 사람이 성공하는 가을의 시기임을 명확히 밝혀주셨다. 즉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천도(天道)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현상으로 드러나고, 수많은 선천의 세월을 거쳐 천도의 추상(秋霜)같은 준엄함이 인간에게 참 과 거짓을 묻는 결실기에 도래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개벽이란 선택적 상황이 아닌 필수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결실기의 형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매우 엄중한 시기에 살고 있음을 깊이 자각하고 그 형세를 알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상제께서 앞날을 위하여 종도들을 격려하며 말씀하시길 「바둑에서 한 수만 높으면 이기니라. 남이 모르는 공부를 깊이 많이 하여 두라. 이제 비록 장량(張良) 제갈(諸葛)이 쏟아져 나올지라도 어느 틈에 끼어 있었는지 모르리라. 선천개벽 이후부터 수한(水旱)과 난리의 겁재가 번갈아 끊임없이 이 세상을 진탕 하여 왔으나 아직 병겁은 크게 없었으니 앞으로는 병겁이 온 세상을 뒤덮어 누리에게 참상을 입히되 거기에서 구해낼 방책이 없으리니 모든 기이한 법과 진귀한 약품을 중히 여기지 말고 의통을 잘 알아 두라. 내가 천지공사를 맡아봄으로부터 이 동토에서 다른 겁재는 물리쳤으나 오직 병겁만은 남았으니 몸 돌이킬 여가가 없이 홍수가 밀려오듯 하리라.」고 말씀하셨다.”(공사 제1장 36절)

또한 “이후에 괴병이 온 세상에 유행하리라. 자던 사람은 누운 자리에서 앉은 자는 그 자리에서 길을 가던 자는 노상에서 각기 일어나지도 못하고 옮기지도 못하고 혹은 엎어져 죽을 때가 있으리라. 이런 때에 나를 부르면 살아나리라.”고 이르셨다.(예시 41절)

또 “부녀자들이 제 자식이라도 비위에 맞지 아니하면 급살 맞으라고 폭언하나니 이것은 장차 급살병이 있을 것을 말함이니라. 하루 짚신 세 켤레를 닳기면서 죽음을 밟아 병자를 구하러 다니리니 이렇게 급박할 때 나를 믿으라고 하면 따르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으리요. 그러므로 너희는 시장판에나 집회에 가서 내 말을 믿으면 살길이 열릴 터인데 하고 생각만 가져도 그들은 모르나 그들의 신명은 알 것이니 덕은 너희에게 돌아 가리라.”(예시 43절) 

선천은 상극이라는 법칙으로 지배되고 전개된 세계였다. 그 법칙은 인류의 화평과는 정반대로 서로 반목하고 쟁투하게 하였다. 사상은 엇갈리고 인종은 차별화 되고 급기야 세계는 전란에 휩싸여 진멸로 치달았다. 이로 인하여 인간세계는 원과 한으로 점철되고 상도(常道)는 무너졌다. 그리고 인류는 무도병(無道病)이라는 대병(大病)에 걸리게 되었다.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를 맡아봄으로부터 다른 겁재는 다 물리쳤으나 오직 이 병겁은 남겨 두신 것이다. 그리고 남이 모르는 공부를 많이 하여 두라고 당부하셨다. 그것은 병겁이 온 세상을 뒤덮어 누리에 참상을 입히되 거기에서 구해낼 방책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즉 모든 기이한 법이나 진기한 약품으로도 구해내기 어렵다고 하셨다. 그리고 구해낼 방책은 다름 아닌 의통(醫統)이며 이 의통을 잘 알아 두라고 하신 것이다.  

이 칼럼 제목의 구절이 수록된 병세문은 상제님께서 거처하시던 방에서 물이 들어있는 흰병과 작은 칼이 화천하신 후에 발견되었는데 그 병마개로 쓰신 종이에 씌어 있었던 글이다. 이 병세문은 병의 형세와 병의 원인, 그리고 약과 치료에 관한 것은 물론, 나아가 의통(醫統)에 대해서도 말씀해 놓으셨다. 대병의 약은 안심(安心) · 안신(安身)이다. 『대순진리요람』에 의하면 안심은 편벽되고 사사(私邪)됨이 없는 진실하고 순결한 인간본연의 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안신은 모든 행동을 법례(法禮)에 합당케 하며 도리에 알맞게 하는 것이다. 또한 도가 있고 그 도를 얻으면 병은 약이 없이도 스스로 낫는다고 하셨다. 그러한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이 글이 ‘병(病)을 막는다’는 의미로 ‘병마개’로 쓰인 뜻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을 듯하다.

인간의 생사라는 두 갈림길이 바로 천하의 형세를 알고 모름에 달려 있다는 것이 된다. 그것은 형세를 알면 어둠에 앞서 미리미리 등불을 준비하듯 그에 대한 대비 할 것이요, 어두우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거기가지 생각이 미치지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과학과 문명이기의 발달은 100세 시대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의료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그 꿈의 실현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우리 목전에 실현가능한 일이 되어져간다. 또한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일로 여겨진다. 즉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시대가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위의 『전경』 상의 내용과 같이 상제님의 ‘예시’는 달랐다. 초고속정보통신망에 의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수많은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우리는 손바닥 안에서 수많은 지식과 실시간 공급되는 세계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말하는 천하의 형세를 알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하늘에서 사람을 내는 궁극적인 목적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며, 세상속의 도덕과 윤리라는 가치와 본질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상제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러한 천하의 형세를 밝혀 주셨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알려 주셨다. 우리는 “남이 모르는 공부를 많이 하여 두라”는 상제님의 말씀과 같이 먼저 자신의 수도에 만전을 기하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제님의 덕화를 선양하고 상생대도의 이치를 깊이 깨달아 일상생활 속에 실천함으로 말씀하신 의통에 한 걸음 더 다가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