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존(人尊)

 

흔히 인간을 천·지·인의 삼재(三才) 중 하나로서 소우주라 한다. 소우주란 우주의 축소판과 같다는 뜻으로 다른 생명체에 비하여 사람의 인체구조나 정신작용에서 그렇게 불릴 만큼 그 신비로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하지만 선천의 세계에서 인간은 이러한 위치에 비해 인간의 존엄성은 절대적으로 또는 상대적으로 그 가치는 매우 낮았다. 즉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그러하고, 신의 피조물 내지 신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그러하다.

또한 인간 상호간에도 인종의 차별, 신분의 차별, 남녀의 차별 등의 불평등에 의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부류에 비해 낮은 부류의 존엄성은 매우 열악했다. 하지만 인류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그것은 근대화를 통하여 자유와 민주, 인권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와 우리 사회는 갈등과 대립 반목과 투쟁의 상극적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차별에 약자의 인권은 쉽게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코너에서는 인존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 조건과 실천요소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인존(人尊)’이란 흔히 ‘인간의 존엄성(尊嚴性)’ 내지 ‘인권(人權)’을 말한다. 그리고 상제님께서 행하신 삼계개벽의 천지공사는 이 인간의 존재가치와 인간의 권리가 참되게 실현되는 인존시대(人尊時代)를 여는데 그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다고 하겠다. 상제님께서는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교법 제2장 56절)라고 하셨다. 이는 인존시대(人尊時代)가 천존시대(天尊時代)와 지존시대(地尊時代)와 대별(大別)하여 새롭게 열리는 시대임을 알려 주심이다. 이 인존시대는 단순한 역사과정에서 생성한 새로운 시대가 아니라 상제님의 무량한 덕화와 권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대로 사람을 하늘과 땅보다 더 높이 세우려 하시는 인간성공의 시대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의 과도기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시대적 변천은 신명이 봉해지는 때와 장소에 따른다고 보여 진다. 즉 천존시대(天尊時代)에는 신명이 하늘에 봉해진 시대를 말하고, 이 때는 사람들이 명과 복을 구하기 위해 길성(吉星)을 찾아다녔다. 신명이 땅에 봉해졌던 시대를 지존시대(地尊時代)라 하고 이 때 사람은 명산과 명당을 찾아 그 혈음의 발음을 통하여 그 소원하는 바를 구하려 했다. 그렇게 본다면 인존시대(人尊時代)는 마땅히 신명이 인간에게 봉해지는 시대를 말할 것이다. 즉 사람이 곧 명당이 되는 셈이다.

상제님께서 명당을 바라던 김병욱이 아들을 낳자 “네가 바라던 아들을 얻었으니 이미 그 명당을 받았느니라.”(행록 제1장 37절)라고 하셨는데 이는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땅에 있는 명당이 이제 사람으로 옮겨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모두 명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명당이 되려면 마땅히 신명이 응기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전경』에 “사람마다 그 닦은 바와 기국에 따라 그 사람의 임무를 감당할 신명의 호위를 받느니라. 남의 자격과 공부만 추앙하고 부러워하고 자기 일에 해태한 마음을 품으면 나의 신명이 그에게 옮겨가느니라.”(교법 제2장 17절)에서와 같이 사람이 명당이 되는 것은 닦음과 기국(器局)이 전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예로부터「길성 소조(吉星所照)」라 하여 길성을 구하러 다니나 길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라. 때는 해원시대이므로 덕을 닦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라. 여기서 길성이 빛이 나니 이것이 곧 피난하는 길이니라.”(교법 제2장 20절)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제는 하늘이나 땅 중심의 시대가 아닌 인간 중심의 시대가 도래 하였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는 것이 진정한 길성을 얻는 길임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지금은 과거에 비하여 인존시대가 많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도 많이 신장되었다. 하지만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진정한 인존시대의 ‘인존’은 인간 존중사상이나 단순히 사람으로 가져야 할 권리나 권한 그 이상의 것이다. 즉 천·지·인의 삼재(三才)의 하나인 인간으로서 중찰인사 할 수 있는 권한이 인간에게 부여되는 것을 말씀 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우리는 흔히 ‘도통’이나 ‘운수’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제님께서는 먼저 지상선경이란 인존의 실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셨다. 이 환경을 조성하는 여러 조건 중에서 첫째 인류의 반목을 없애고 사상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과, 둘째 빈부의 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셋째는 명부의 착란을 바로 잡는 것이 인존시대를 열기위한 중요한 토대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인존은 상생과 평화를 전제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생과 평화는 인간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인간외적인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경』에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은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며 반목 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공사 제3장 5절)고 하셨다. 여기서 인간의 사상은 지기의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고, 통일되지 않은 지기는 지역 간이나 국가 간에 각기 다른 사상으로 자리 잡고, 이 사상은 서로 상생과 조화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반목하고 쟁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은 그 지역을 맡아 있는 신명이 있으므로 이 상극상은 신명의 비겁으로도 이해되는 측면이다. 상제님께서는 이 상극상을 지기통일, 신명조화, 천지도수 조정 등으로써 해소하시고 엇갈린 사상이 통일되는 세계평화의 길을 열어 놓으셨다.

 

또한 『전경』에 “세상에서 수명 복록이라 하여 수명을 복록보다 중히 여기나 복록이 적고 수명만 길면 그것 보다 욕된 자가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수명보다 복록을 중히 하노니 녹이 떨어지면 죽느니라.”(교법 제1장 16절)의 구절과 같이 수명만 중히 여기는 선천에서는 긴 수명을 적은 복으로 누리려하면 가난하고 욕된 삶을 피할 길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복록을 중히 여기고 녹이 떨어지면 죽게 된다함은 복록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므로 살아가는 동안의 녹의 차등을 없앨 수 있으므로 빈부의 차별이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사려 된다. 이는 경제적 평등이란 선경의 중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음은 명부의 착란에 관해서이다. “삼계가 착란하는 까닭은 명부의 착란에 있으므로 명부에서의 상극도수를 뜯어고치셨다. 이로써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이 서로 상생하게 되었으니 대세가 돌려 잡히리라.”(예시 10절)와 같이 명부는 삼계가 착란한 진원지로 나타나 있다. 착란이란 법이나 질서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당연히 부조리와 부정, 비리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근원을 바로잡고 착란의 원인인 상극도수를 뜯어고치고 신명의 비겁을 풀고 신명과 창생이 상생하게 하는 것 또한 인존시대를 여는 중요한 요소로 사려 된다.

그리고후천에는 또 천하가 한 집안이 되어 위무와 형벌을 쓰지 않고도 조화로써 창생을 법리에 맞도록 다스리리라. 벼슬하는 자는 화권이 열려 분에 넘치는 법이 없고 백성은 원울과 탐음의 모든 번뇌가 없을 것이며 병들어 괴롭고 죽어 장사하는 것을 면하여 불로불사하며 빈부의 차별이 없고 마음대로 왕래하고 하늘이 낮아서 오르고 내리는 것이 뜻대로 되며 지혜가 밝아져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시방 세계에 통달하고 세상에 수. 화. 풍(水火風)의 삼재가 없어져서 상서가 무르녹는 지상선경으로 화하리라.”(예시 81절)하셨으니 상제님께서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지상선경이라는 인존시대를 열어 놓으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갖춘다고 인존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간 스스로 정신개벽과 인간개조를 통한 지상신선 실현이라는 주체적 조건을 갖출 때 가능 할 것이다. 즉 ‘도통’이나 ‘운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조건을 갖추는 것이 바로 명당이 되는 것일 것이다.『전경』에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 틈 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 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말뚝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이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라.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큰 운수를 감당키 어려운 까닭이니라. 부자의 집 마루와 방과 곡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 차있나니라.” (교법 제3장 4절)

또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 제1장 29절)라고 하셨다. 또 “때는 해원시대이므로 덕을 닦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라. 여기서 길성이 빛이 나니 이것이 곧 피난하는 길이니라.”(교법 제2장 20절)라고 하셨다.

위에서 나타나 있듯이 현 시대가 ‘해원시대’이며 ‘인존시대’이다. 따라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낡은 인습을 버리고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척을 풀고 덕을 닦고 사람을 올바로 대우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동안 우리사회에 ‘갑질’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나 가진 것에 대한 우월로 인해 남의 자존감이나 인권을 침해한 낡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제기 되기도 어려웠던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증거이다.『전경』의「병세문」에도 ‘천하의 형세를 아는 자는 천하에 삶의 기운을 있고, 천하의 형세에 어두운 자는 천하에 죽을 기운이 있다.’라고 했으니 시대의 흐름을 알고 이 시대에 부합되는 올바른 정신과 처신처사가 인존의 주체적 조건을 갖추는 중요한 요소로 보여 진다.

또한 상제님께서는 인존시대를 언청신계용(言廳神計用)이라 하여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을 받들도록 하셨다. 인간의 엄청난 지위상승이다. 그러나 인존시대가 열린다고 누구에게나 그런 운이 다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전경』에 “(…)각자가 닦은 공덕에 따라 앉을자리에 앉혀서 신명으로 하여금 각자의 옷과 밥을 마련하게 하리라. 못 앉을 자리에 앉는 자는 신명들이 그 목을 끌어내리라”(교법 제3장 44절) “(…)자리를 탐내지 말며 편벽된 처사를 삼가고 덕 닦기를 힘쓰고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리라”(교법 제1장 29절)하셨으니 각자의 닦은 바의 공덕과 온전한 처사와 올바른 마음을 가졌을 때 신명으로 부터 그 응당한 대접과 받들어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인존’의 의미와 조건 그리고 그 실천적 요소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진정한 인존은 해원을 전제로 상생과 평화를 통하여 실현 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인존은 단순한 인권이나 인간존중이 아닌 중찰인사 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부여받아 천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존귀한 개념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인존의 주체적 조건을 갖추는 것은 수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므로 인존은 반드시 대순진리로만 실현될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인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우대하여 척을 짓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을 속이지 않는 데서 서로가 신뢰할 것이고, 언덕을 잘 가지므로 화목할 것이며, 척을 짓지 않는 데서 시비가 끓어질 것이고,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데서 배은망덕이 없을 것이며, 남을 잘 되게 하는 공부니 우리 도의 인존사상이며 이것이 바로 평화사상인 것이다.”(대순지침 p.43)라고 하셨으니 진정으로 훈회를 실천하여 생활화하는 것이 참된 인존을 실현하는 길일 것이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