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慽)
척이란 나에 대한 상대가 가지고 있는 증오심과 원한심을 일컫는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로 저질러 남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마음을 잘못 써 남의 가슴에 상처를 줄 수가 있다. 그것이 심하면 천추의 한이 맺힐 수도 있고 불구 대천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척을 맺게 된다.
척은 오로지 나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연고이니 먼저 나의 마음을 살펴 남에게 원한 살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매사에 조심하여야 한다. 인간끼리의 원한이 생전에 제대로 풀리지 않아 나중에는 신명계에까지 그 원한심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물샐 틈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한도에 돌아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케 하여 그 체질과 성격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로 말뚝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연고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이하여 마음과 입과 뜻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라. 부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권을 가진 자는 모두 척에 걸려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큰 운수를 감당키 어려운 까닭이니라. 부자의 집 마루와 방과 곡간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 차있느니라.”(교법 제3장 4절)
“남에게 죄를 짓거나 원한 살 일을 하거나 미워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척이 걸린다. 원수의 원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면 그도 덕이 되어 나에겐 복록이 풍성할 것이다. 상제께서는 척을 짓지 말 것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속담에 「무척 잘 산다」이르나니 이는 척이 없어야 잘 된다는 말이라. 남에게 억울한 원한을 짓지 말라. 이것이 척이 되어 보복하나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사람은 몰라도 신명은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나니라.”(교법 제2장 44절)
“지금은 해원시대니라. 양반을 찾아 반상의 구별을 가리는 것은 그 선령의 뼈를 깎는 것과 같고 망하는 기운이 따르나니라. 그러므로 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 제1장 9절)
다음의 구절은 전에 남에게 상해를 입힌 까닭으로 자신이 그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이다.
“상제께서 천원(川原) 장에서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수십일 동안 치료를 받으며 크게 고통하는 공우를 보시고 가라사대 「너도 전에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뉘우치라. 또 네가 완쾌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전에 상해한 자가 이제 너에게 상해를 입힌 측에 붙어 갚는 것이니 오히려 그만하기 다행이라. 내 마음을 스스로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 공우가 크게 감복하여 가해자를 미워하는 마음을 풀고 후일에 만나면 반드시 잘 대접할 것을 생각하니라.”(교법 제3장 12절)
척에 걸리면 척신이 동하여 나의 앞길을 막아 모든 뜻하는 일을 안되게 한다. 그래서 상제께서는 한 사람의 원한으로도 천지 기운이 막힌다고 하셨다. 다음은 전쟁에서 장수가 많은 인명을 살상한 연유로 죽은 병사의 신들이 악척이 되어 보복하는 경우이다.
“대장이 삼군(三軍)을 통솔하여 적진에 쳐들어감이 장쾌하고 영귀하다 할지라도 인명을 사지에 몰고 많은 살해를 입혔으므로 악척이 되어 앞을 막느니라.”(예시 58절)
김영학의 경우 자신이 과거 저지른 업보로 인해 척신이 몸에 범하여 삶에 애로를 겪었다(행록 제4장 47절 참조). 나로 인해 남이 원한을 맺고 죽은 신을 척신(慽神)이라고 한다. 김영학의 경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두 사람을 죽게 한 연고로 죽은 신이 영학에게 척신이 되어 붙어 다닌 것이다. 이처럼 상제께서는 자기를 따르는 사람에게 반드시 자신이 그 동안 지내오던 허물을 낱낱이 회상하여 마음으로 사하여 주시기를 빌게 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허물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시고 또 반드시 그의 몸을 위하여 척신과 모든 겁액을 풀어 주셨다.(교운 제1장 2절 참조) 이는 비단 상제님뿐만 아니라 조상들도 척신으로부터 자손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시니 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이제 각 선령신들이 해원 시대를 맞이하여 그 선자 선손을 척신의 손에서 빼내어 덜미를 쳐 내세우나니 힘써 닦을지어다.”(교법 제2장 14절)
척이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나에 의해 저질러졌고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니 일종의 인과응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척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상제께서는 먼저 남을 허물하기보다는 자신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하라 하셨다.
“허물이 있거든 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풀라. 만일 다 풀지 않고 남겨 두면 몸과 운명을 그르치니라.”
“까닭 없이 오해를 받고 구설을 사서 분개한 사람을 가리켜 바람도 불다가 그치나니 남의 시비를 잘 이기라. 동정에 때가 있나니 걷힐 때에는 흔적도 없이 걷히나니라.”
위에서와 같이 남을 원망하게 되면 자신에게 방해가 되고 운명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고 기다리면 모든 것이 저절로 풀림을 의미한다.
척은 나의 행위로 인하여 상대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다. 그 결과로 상대는 나에게 증오심을 가지고 한을 맺게 된다. 뿐만 아니라, 척신의 음해를 입게 되므로 모든 일을 그르치는 장애물이 된다, 이것이 크게는 천지에 가득 차서 세상에 재앙을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상제께서는 해원상생의 진리를 세상에 내놓으신 것이다. 해원은 곧 척을 푸는 것이다. 척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만약 나에게 허물이 없으면 본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용렬하게 남과 시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마음수양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남에게도 교화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오직 바르게 행하면 자연히 감동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남이 나를 헐뜯고 비방하더라도 내가 마음을 잘 먹으면 복이 된다고 하셨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