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박식(博覽博識)
도를 닦는 방식과 관련하여 구천상제님께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박람박식(博覽博識)이니라”.(교법 2장 24절)고 하신 말씀은 짧지만 심오하고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상제께서 김경학의 집에 대학교를 정하시고, “학교는 이 학교가 크니라. 이제 해원시대를 당하였으니 천한 사람에게 먼저 교를 전하리라.”(교운 1장 32절)고 하시며, 널리 보고 듣고 체험할 것을 권하셨다.
또한 서전서문(書傳序文)을 많이 읽으면 도에 통하고, 대학상장(大學上章)을 되풀이하여 읽으면 활연관통한다고 말씀하셨으며,(교법 2장 26절 참조), 천지조화로 풍우를 일으키려면 무한한 공력이 들기 때문에, 모든 일에 공부하지 않고 아는 법은 없다고 하셨다.(교운 1장 35절 참조) 이렇게 상제께서는 성심을 다하여 끊임없이 반복해서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공부가 시비(是非)로써 성품을 기르려는 웅패의 술이 되는 것을 경계하셨다.(교운 1장 16절 참조) 다시 말해서 갈고 닦음을 게을리 하지 않되, 그 배움이 웅패의 술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하신 것이다.
상제께서는 “바둑에서 한 수만 높으면 이기나니라. 남이 모르는 공부를 깊이 많이 하여두라. 이제 비록 장량(張良)ㆍ제갈(諸葛)이 쏟아져 나올지라도 어느 틈에 끼어 있었는지 모르리라.”(공사 1장 36절)고 말씀하셨다. 남모르는 공부를 깊고 넓게 해두면, 남이 죽을 때 잘 살 수 있으며, 남이 잘 살 때에 영화와 복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교법 1장 6절 참조)
그래서 공부를 깊이 하다보면 천하의 대세를 알아서 천하의 생기가 있고, 천하의 대세를 모르면 천하의 사기만 있을 뿐이다. 공부를 많이 하다보면 세상의 이치, 흐름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知天下之勢者 有天下之生氣 暗天下之勢者 有天下之死氣).(행록 5장 38절) 우리의 도는 이목구비 총명도통(耳目口鼻 聰明道通)이다.(교운 1장 66절)
결론적으로 박람박식은 무학도통(無學道通)이라기보다는 무문도통(無文道通)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지식과 명예를 얻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심신(心身)이 건실한 참된 인간을 육성하는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남녀노소나 유 · 무식을 막론하고 참된 지혜로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豁然貫通) 무문도통(無文道通)인 것이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