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相扶相助)

 

상부상조(相扶相助)란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는 말입니다. 상부(相扶)의 부(扶)자는 ‘돕다, 떠받치다, 부축하다’, 상조(相助)의 조(助)자는 ‘돕다, 거들다, 이루다, 기리다’라는 의미입니다.

위의 상부상조 벽화는 농민들이 서로모여 모내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상부상조는 논에 모를 심듯이 일을 할 때는 혼자서는 할 수 없으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는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상생대도(相生大道)로서 우리 도(道)의 이념과 실천에 대해서, 그리고 서로 협동하는 상생의 실천이 개인적 수도인 혁신과 결합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상부상조란 서로 의지하고 돕는 모습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께서는 ‘품앗이’라고 하여 남이 하루 일을 해주면 나도 하루 가서 일을 해주었는데, 바로 이것이 상부상조입니다. 또한 계(契)라고 하여 어려울 때 도와주는 모임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친목회, 상조회, 협동조합 등으로 표현이 바뀌었고, 국제적 교류에 있어서도 국가 간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고받는 ‘윈윈’(win-win)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벽화에 나오는 모심는 모습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로 변화하면서 쉽게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젊은 세대에게 모심는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을 잘되게 함은 상생대도(相生大道)의 기본원리(基本原理)요 구제창생(救濟蒼生)의 근본이념(根本理念)이라. 남을 위해서는 수고(手苦)를 아끼지 말고, 성사(成事)에는 타인(他人)과의 힘을 합(合)하여야 된다는 정신(精神)을 가져 협동생활(協同生活)에 일치(一致) 협력(協力)이 되게 하라.”(『대순진리회요람』, 20쪽)고 하였습니다. 대순진리회는 상생대도이고, 상생대도의 원리는 해원상생(解冤相生)과 보은상생(報恩相生)입니다. 해원상생은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남을 잘되게 하는 진리이고, 보은상생은 남의 은혜를 저버리지 말고 남을 잘되게 하는 진리를 말합니다. 또 남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어려움에서 건져주는 상생정신은 창생을 구제하는 종교적 법리의 근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생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대순진리회요람』에서는 그 실천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남을 위해서는 수고를 아끼지 말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사(成事)를 위해서는 타인과 협력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생을 실천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항상 남을 잘되게 하려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제님께서는 “우리의 일은 남을 잘되게 하는 공부”라고 말씀하시면서, 동학의 지도자인 전명숙이 비록 동학에는 실패하였지만 상놈을 양반으로 만들고 천인(賤人)을 귀하게 만들어 주려는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죽어서도 잘 되어 조선 명부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교법 제1장 제2절 참조) 또 상제님께서는 “진실로 마음을 간직하기란 죽기보다 어렵다.”고도 하셨고,(교법 제2장 6절 참조) 일진회원으로부터 머리를 깎여 두문불출하던 박공우에게,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지, 머리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교법 제2장 10절 참조)

사람의 행동기능을 주관하는 것은 마음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겠습니다. 남을 잘되게 하려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어야만 남을 위한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고란 남을 도와주는 일에 정성을 드리고 힘을 쓰고 애를 쓴다는 뜻입니다. 남을 잘되게 하는 일이 쉽고 편할 수만은 없습니다.

남의 논에 모심기를 도와주려면 작업복을 입고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바짓단을 올려 맨발로 논에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해야하고, 남의 집 이삿짐을 날라주더라도 무거운 짐을 들고 힘을 써야합니다. 마음이 즐거우면 몸의 땀도 보람이 되지만, 마음이 어두우면 몸의 노고는 피하고 싶은 고통의 연장일 뿐입니다. 평소 상생정신을 가슴 깊이 품지 않고서는 남을 잘되게 하는 일에 선뜻 내 어깨를 들이 밀 수 없는 법입니다.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 중의 지계(地界)는 동물계와 식물계 광물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식물계와 동물계는 상생관계로 존재합니다. 만약 지구상에 식물계가 없어진다면 동물계는 살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동물계가 없어진다면 식물계도 살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서로는 너로 인해 내가 살고 나로 인해 네가 사는 상호의존적 상생관계입니다. 그러므로 네가 살고 네가 잘돼야 내가 살고 내가 잘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계에서도 남을 잘되게 하는 것이, 곧 내가 잘될 수 있는 원리인 것입니다.

상생정신의 실천으로서 성사(成事)를 위해서는 타인과 협력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협력해야 한다는 정신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사(人事)에는 무슨 일이든 혼자되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 도(道)에서 건물을 지을 때, 철근, 목공, 설비 등의 모든 일이 다른 도인들의 협력 없이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도(道)의 사업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는 도(道)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수도의 목적인 도통도 종단의 목적인 지상천국 건설도 혼자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인간이 일을 이루는 데는 신명과 조화를 이루는 일 또한 중요합니다. 『전경』에 “신이화이만사성신이합이백공성(神人和而萬事成神人合而百工成)”(교운 제2장 42절, 「음양경」)라고 하였습니다. 즉 신명과 인간이 화합함으로써 만사가 이루어지고 신명과 인간이 합함으로써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명의 존재를 이해하고 신명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은 신명의 도움이 더욱 늘어나겠지만, 신명의 실체를 무시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일의 성공은 고사하고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어지게 됩니다.

상제님께서는 사람마다 그 닦은 바와 기국에 따라 그 사람의 임무를 감당할 신명의 호위를 받고, 남의 자격과 공부만 추앙하고 부러워하고 자기 일에 해태한 마음을 품으면 나의 신명이 그에게 옮겨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교법 제2장 17절 참조) 그러므로 인사(人事)에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인과 힘을 합하여야 한다는 협동정신을 가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합하고 힘을 합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일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선 · 후각이 마음과 뜻을 합하고 힘을 모아 일을 추진할 때, 성공의 길이 활짝 열리게 됩니다. 지고 가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도중에 벗어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정상까지 올라가 배낭을 열어보니 먹을 것이 가득하여, 그 동안의 고통이 눈 녹듯 사라지고 보람과 환희가 내 곁을 함께하게 됩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짐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세상으로 갑니다.

그러나 우리 수도인은 조상의 음덕으로 상제님을 모시고, 후천오만년 선경세상을 가기 위하여 오늘도 무거운 배낭을 마다하지 않고 하나라도 더 채우려고 포덕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겁다고 내려놓지 마십시오. 도통마당에 가서 배낭을 열었을 때 배낭이 가득 차 있다면 고생보따리가 웃음보따리가 될 것이고, 텅 비어 있다면 후회뿐일 것입니다.

남모르는 공부를 하는 수도인이여! 힘내고 또 힘내시기 바랍니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