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납객(開門納客) 기수기연(基數基然)
“문을 열어 손님을 맞아들이니 그 수(數)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출처: 최수운『동경대전(東經大全)』「수덕문(修德文)」
“가슴속에는 불사약인 영부¹를 지니고 있으니, 그 형상은 궁을이요, 입으로는 장생의 주문을 읊으니 삼칠자이다. 용담의 문을 활짝 열고 도를 듣기 위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니, 그 수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구나. 자리를 펴고 천도의 가르침을 베푸니, 세상에 도를 편다는 그 즐거움이 또한 무한하더라. 갓을 쓴 어른들이 예의를 차리고 가르침을 받으러 앞으로 들어오고 또 나아가니, 이 광경은 마치 그 옛날 공자의 삼천 제자가 법도에 따라 예를 갖추고 반열(班列)을 이루어 들고 나오던 그 모습과 같으며, 아직 관례(冠禮)를 치르지 않은 동자(童子)들이 절하며 공손히 손을 모아 읍(揖)하니, 옛 증석(曾晳, 증자의 아버지)의 말과 같이, 늦은 봄날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시원한 봄바람을 쐬며 돌아오는, 그 아이들의 즐거운 노래를 오늘 다시 듣는 듯도 하구나.
도를 묻는 사람들 중에는 나보다도 나이가 위인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은 옛날 절제와 중도(中道)의 예를 이야기하던 자공(子貢)의 예 그대로구나. 제자들과 어울리어 도에 관하여 문답을 하고, 또 예의를 갖추어 노래 부르고 시를 읊고 춤을 추니, 어찌 이는 그 옛날 공자께서 제자들과 더불어 노래하고 춤추던, 바로 그 모습이 아니겠는가?
胸藏不死之藥 弓乙其形(흉장불사지약 궁을기형) 口誦長生之呪 三七其字(구송장생지주 삼칠기자) 開門納客 基數基然(개문납객 기수기연) 肆筵說法 其味其如(사연설법 기미기여) 冠子進退(관자진퇴) 怳若有三千之班(황약유삼천지반) 童子拜拱 倚然有六七之詠(동자배공 의연유육칠지영) 年高於我 是亦子貢之禮(연고어아 시역자공지예) 歌詠而舞 豈非仲尼之蹈(가영이무 기비중니지도)
1. 영부[靈符] <종교>천도교에서, 1860년 4월 5일에 교조 최제우가 영감으로 한울님에게 받은, 천신(天神)을 그림으로 나타낸 표상.
즉 영부와 주문으로 도를 전하며, 도의 가르침을 받으러 온 제자들로 가득한 용담정 일대의 광경을 옛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펴던 광경에 비유하여 기술한 것이다.
사람들이란 흔히들 사회적 동물이라 말한다. 개인과 개인, 지방과 지방, 또 더 나아가서는 국가와 국가 간에도 서로 교류하며 상부상조하면서 살아간다.사람 인(人)자가 그러하듯 서로 의지하며 마음을 통하므로써 신명이 통하고 신명이 통하므로 기운이 일어나 용력(勇力)이 솟으면서 지혜가 열려서 큰일을 하게 된다.
“상제께서 김형렬의 집에 이르시니 형렬이 식량이 떨어져 손님이 오는 것을 괴롭게 여기는 기색이 보이므로 가라사대「개문납객(開門納客)에 기수기연(基數其然)이라 하나니 사람의 집에 손님이 많이 와야 하나니라」하셨도다.”(공사 제3장 36절)
이 말씀대로 사람의 집에 사람이 많이 드나들어야 신병이 움직이고, 신운(神運)이 그 집에 가득 찬다. 만일에 사람의 발자취가 뜸해진다면 어찌 그 집안이 신운을 바랄 수가 있겠는가? 개문납객(開門納客)이라 함은 대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려 있으므로 손님 스스로 또는 남들의 천거에 의하여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음을 말함이요, 기수기연(基數其然)이라 함은 그 대문으로 드나드는 손님은 그 주인의 마음가짐 몸가짐에 따라 그 수가 좌우됨을 말한다. 한 가정으로 말한다면 집주인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일체 감추고 손님대하기에 소홀함이 없고 모든 예를 갖추었다면 그 집을 찾아 올 것이며 또한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여 지금 비록 빈궁한 처지이나 언젠가는 크게 일어날 기틀이 될 것이다. 오는 손님을 귀찮게 여기고 무례를 범한다면 손님들의 발걸음은 자연 뜸해지고 그 집의 기운은 점점 쇠퇴해지며 신명들이 비웃으며 떠나므로 지금은 비록 부유하더라도 앞으로 곤궁함을 면키 어려울 것임을 이름이다. 큰 뜻으로 본다면 상제님의 大巡(대순)하신 遺志(유지)를 받드신 道主任(도주님)의 遺法(유법)을 계승하신 都典任(도전님)께서 天地(천지)의 대문을 활짝 열어 놓으셨으니 천하의 모든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것이고, 연원과 인연이 맺어질 것이다. 문에 먼저 들어선 도인들은, 이제 천하의 개병(皆病)에 시달리다 못해서 일주문에 들어서는 손들에게 진실하고 정성이 어린 일심(一心)과 일심에서 우러난 덕으로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찾아오신 질병과 소망이 무엇인가를 먼저 들어주는 태도가 앞서고 그 질병을 고치는 수도법을 전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손들어 대한 대접이다. 대접이 시원치 않으면 문이 열렸어도 찾아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도인들은 하루 짚신 세 켤레를 떨구는 정성으로 천하개병에 시달리는 창생을 구하러 다니면서, 상제님의 덕을 전하고, 또한 대순진리회의 일주문이 활짝 열려있음을 전해야 한다. 상제께서 사람이 오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물고오니 그 많은 사람 중에 재주가 출중한 사람도 있고 재산이 풍부한 사람도 많으니 가사걱정쯤은 안해도 된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²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