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식천추 도덕군자 (血食千秋 道德君子)

 

‘혈식’의 사전적 의미는 ‘희생(犧牲)을 올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희생은 천지신명이나 종묘에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살아있는 짐승(주로 소, 돼지, 양 등)을 말한다. 아무 제사에나 올릴 수 없는 신성하고 극진한 최고의 정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지금도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제향(제사)에는 익히지 않는 고기를 올린다.

이런 의미에서 ‘혈식군자(血食君子)’라 일컬어지는 분들이 있다. 이들은 학문과 인품이 군자의 경지에 이르러 공자를 모신 사당인 문묘(文廟)에 배향(配享)되어 해마다 국가적 차원의 큰 제사를 받고, 그 가문에서도 세세손손(世世孫孫) 후손들로부터 제사를 받는다. 이렇게 혈식은 제사를 지내는 일을 말함이고, 천추는 오랜 세월을 뜻하니 ‘혈식천추 도덕군자(血食千秋道德君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자손손 추앙을 받아 오랜 세월 동안 제사를 받아온 도(道)와 덕(德)이 높은 군자’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혈식천추 도덕군자가 배를 몰고 전명숙(全明淑)이 도사공이 되니라. 그 군자신(君子神)이 천추 혈식하여 만인의 추앙을 받음은 모두 일심(一心)에 있나니라. 그러므로 일심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 배를 타지 못하리라.”(예시 50절) 라는 상제님의 말씀처럼 ‘혈식천추도덕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심(一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녹두장군 전봉준’으로 더 잘 알려진 전명숙은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제폭구민(除暴救民)을 이루려는 일심(一心)이 있었기 때문에 만인의 추앙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는 거사(擧事)할 때에 상놈을 양반으로 만들고 천인(賤人)을 귀하게 만들어 주려는 마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에게 험난한 역경과 고난은 끊임없이 많았으나, 그때마다 실망하거나 굴복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대처해 나갔다. 상제님께서도 전명숙의 일심을 크게 보시고 “전명숙은 만고명장이라 백의한사로 일어나서 능히 천하를 움직였도다”(공사 제1장 34절)고 하셨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남을 크게 잘되게 하려는 그 일심으로 말미암아 죽어서 조선명부(朝鮮冥府)가 되어 혈식천추도덕군자가 모는 배의 선장이 되었다. 

도장의 벽화에 거친 풍랑을 헤쳐 나가는 배의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감수해야만 그 배를 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의 원동력이 일심이라는 것이다.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는 일이라면 삶이 어렵고 고달프더라도 좌절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운명에 맞서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럴 때에  상제께서는 일심을 가진 자에게 지체 없이 베풀어주겠다고 하셨다.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心想事成). 우리의 일은 상제님을 믿고 정직하게 나아가는 일꾼임을 자각(自覺)한다면 혈식천추도덕군자의 모습을 닮아가는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 상제님의 품안을 드나들며 마주하는 벽화를 보고, 나의 심성을 바르게 하고 나의 의지를 굳건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오늘의 이 길이 선경세상(仙境世上)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나침판으로 삼음이 어떠할는지 생각해본다.

 

『대순회보』포천수도장,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