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록3장1절
해는 바뀌어 갑진(甲辰)년이 되었도다. 상제께서 정월 보름에 곤히 주무시는데 갑자기 장 흥해(張興海)의 부친이 상제를 찾아 손자의 빈사를 아뢰고 살려주시기를 애원하는지라. 상제께서 혼몽 중에 「냉수나 먹여라」고 이르시니라. 그가 집에 돌아가서 앓는 손자에게 냉수를 먹였느니라. 얼마 있지 않아 그 아이가 숨을 거두었도다.
행록3장2절
흥해의 부친은 본래 성질이 사나워서 부중 사람들로부터 천둥의 별명을 얻었느니라. 그는 손자의 죽음에 분통이 나서 상제를 원망하니라. 「이것은 고의로 손자를 죽인 것이 분명하니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아무리 위독한 병이라도 말 한 마디로 고치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도다. 내 손자를 고의로 죽이지 않았다면 물은 고사하고 흙을 먹였을지라도 그 신통한 도술로 능히 낫게 하였으리라.」 그는 분노에 못 이겨 몽둥이를 들고 와서 상제를 난타하니 상제께서 유혈이 낭자하니라. 그제서야 상제께서 무엇인가를 깨달으시고 일어나려고 하시니라. 이때 그는 살인범이라고 소리치며 상제를 결박하여 장방(長房)으로 끌고 가다가 갑자기 결박을 풀면서 「이것이 다 나의 잘못이니다. 어린애가 급병으로 죽은 것을 어찌 선생님을 원망하리오」 뉘우치듯이 말하고 옛정으로 돌아가시기를 원하며 자기 집으로 동행하시자고 권하는지라. 상제께서 듣지 않으시고 서 원규(徐元奎)의 집에 가셔서 그날 밤을 지내시고 이튿날에 전주(全州) 이동면(伊東面) 이 직부의 집으로 가셨도다.
행록3장3절
흥해의 부친이 상제를 장방으로 끌고 가다가 돌려보낸 것은 상제께서 백 남신으로부터 받으신 돈 증서를 가지고 계심을 알고 돈을 청구하려는 속심에서였도다. 상제께서 그 속심을 간파하시고 흥해의 집으로 따라가지 않으셨도다.
행록3장4절
다음날에 흥해의 부친은 상제를 서 원규의 집에서 찾았으되 허탕을 치니라. 그는 또 화가 치밀어 상제가 사람을 죽이고 도망을 쳤다고 마구 지껄이면서 상제가 계실 만한 곳을 여기저기 찾으니라. 그는 상제를 찾다 못 찾으니 상제의 식구들을 전주군 난전면 화정리에서 찾고 행패를 부렸도다. 이때 상제의 가족은 이곳에 있는 이 경오(李京五)의 좁은 방에 이사하여 살고 있었도다.
행록3장5절
김 형렬은 흥해의 부친의 행패를 전혀 모르고 상제의 소식을 듣고자 화정리에 왔도다. 그를 흥해의 가족들이 결박하여 서 원규의 집에 끌고 가서 상제가 계신 곳을 대라고 족치는지라. 서 원규ㆍ김 형렬은 상제께서 가신 곳을 몰라 그 가족들로부터 구타만 당하였도다.
행록3장6절
이로 인하여 상제의 가족은 화를 피하여 태인 굴치로 가고 형렬은 밤중에 피하고 원규는 매일 그들의 행패에 견디다 못 견디어 약국을 폐쇄하고 가족과 함께 익산(益山)으로 피하였도다.
행록3장7절
상제께서는 장 흥해의 변에 제하여 부친의 소실인 천원 장씨(川原張氏)에게 「술을 빚으라」 이르시고 「누구든지 술을 먼저 맛보지 말라」고 당부하시니라. 어느 날 상제의 부친이 오시자 장씨는 상제께서 하신 말씀을 잊고 웃술을 먼저 떠서 드리니라. 얼마 후에 상제께서 돌아오셔서 술에 먼저 손댄 것을 꾸짖으시고 「가족들이 급히 피하여야 화를 면하리라」 말씀하시고 나가셨도다. 흥해 가족들이 달려와 장씨에게 상제의 모친이냐고 추궁하자 장씨가 당황하여 「내가 바로 모친이라」 하니 흥해 가족들은 욕설을 퍼부으면서 강제로 모친을 앞세우고 자기 집으로 끌고 가서 수없이 구타하니 이때에 낯모르는 백발노인이 옆에 서 있다가 말하는도다. 「자식의 잘못으로 부모에게 폭행한다는 것이 사람으로 할 짓이냐」고 꾸짖자 그제야 흥해 부자가 물러가니라. 그들이 떠나간 후 겨우 장씨는 정신을 되찾고 집에 돌아왔느니라. 얼마간 지나서 상제께서 장씨에게 들러 그 시말 이야기를 들으시고 「생지황(生地黃)의 즙을 내어 상처에 바르라」고 말씀하시니 장씨가 그대로 행하니 그날로 몸이 회복되었도다.
행록3장8절
어느 날 종도들이 상제를 뵈옵고 「상제의 권능으로 어찌 장 효순의 난을 당하셨나이까」고 여쭈니라. 상제께서 「교중(敎中)이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하여지나니 그것을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그 기운을 받아서 재앙을 해소하였노라」고 이르셨도다.
행록3장9절
상제께서 갑진년 정월에 장 효순 화난을 겪으시고 직부의 집에 가셔서 월여를 머무시다가 다시 형렬의 안내로 원평(院坪) 김 성보(金聖甫)의 집에 머무시게 되었도다. 그때 정 남기와 그의 처남이 일진회원으로서 상제의 가입을 강권하고 군중과 합세하여 상제께 달려들어 상투를 가위로 깎으려고 하되 베어도 베어지지 않으니 상제께서 친히 한 줌을 베어 주시며 「이것으로써 여러 사람의 뜻을 풀어주노라」고 말씀하셨도다.
행록3장10절
화적(불한당)이 갑진(甲辰)년에 대낮에도 횡행하였도다. 이해 二월에 상제께서 갑칠(甲七)을 데리시고 부안(扶安)을 거쳐 고부(古阜) 거문바위 주막에 이르시니 그 주막에 화적을 잡기 위해 변복한 순검 한 사람이 야순하다가 쉬고 있었도다. 상제께서 주모에게 「저 사람은 곧 죽을 사람이니 주식을 주지 말라. 주식을 주었다가 죽으면 대금을 받지 못하니 손해가 아니냐」고 일러 주시니라. 이 말씀을 그 순검이 듣고 몹시 분격하여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 상제를 구타하니라. 그래도 상제께서 웃으시면서 「죽을 사람으로부터 맞았다 하여 무엇이 아프리오」 말씀을 남기고 밖으로 나가셨도다. 주모가 그에게 「저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신인이시니 따라가서 사과하고 연고를 물어보시라」고 말하는지라. 순검이 곧 상제의 뒤를 따라가서 사과하고 연고를 여쭈어 물으니라. 가라사대 「오늘 밤에 순시를 피하고 다른 곳으로 빨리 가라」 하시니 순검은 명을 좇아 곧 다른 곳으로 옮겨가니라. 얼마 후에 화적 여럿이 몰려 와서 주모를 난타하며 순검의 거처를 대라고 졸랐도다. 화적들은 순검을 죽이려고 미리 작정하고 습격한 것이어서 이튿날 그 순검이 상제께 배알하고 재생의 은혜에 흐느껴 울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