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3장1절
상제께서 무신년 봄 백암리 김 경학ㆍ최 창조의 두 집으로 왕래하시며 성복제와 매화(埋火) 공사를 보셨도다. 김 광찬의 양모의 성복제가 최 창조의 집에서 거행되었느니라. 창조는 상제의 지시에 좇아 돼지 한 마리를 잡고 그 고기에 계란을 입혀 전을 만들고 대그릇에 담아서 정결한 곳에 두고 또 상제의 분부에 따라 상제의 의복 한 벌을 지어 두었도다. 저육전이 다 썩었으므로 창조가 동곡으로 사람을 보내서 상제께 아뢰니 상제께서 그 사람을 좀 기다리게 하시고 형렬에게 이르시니라. 「네가 태인에 가서 최 내경ㆍ신 경원을 데리고 창조의 집에 가라. 오늘 밤에 인적이 없을 때를 기다려 정문밖에 한 사람이 엎드릴 만한 구덩이를 파고 나의 옷을 세 사람이 한 가지씩 입고 그 구덩이 앞에 청수 한 그릇과 화로를 놓고 작은 사기그릇에 호주를 넣고 문어 전복 두부를 각각 그릇에 담아 그 앞에 놓아라. 그리고 한 사람은 저육전 한 점씩을 집어서 청수와 화로 위로 넘기고 한 사람은 연달아 넘긴 것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다시 받아서 구덩이 속에 넣고 흙으로 덮어라. 그리고 빨리 돌아오너라」고 일러주시니 형렬이 그대로 시행한 후 시급히 상제께 돌아가는 길에 돌연히 검은 구름이 일더니 집에 이르자 폭우가 쏟아지고 뇌전이 크게 치는지라. 상제께서 형렬에게 「이때쯤 일을 행할 때가 되었겠느냐」고 물으시니 그는 「행할 그 시간이 되었겠나이다」고 여쭈었도다. 상제께서 가라사대 「뒷날 변산 같은 큰 불덩이로 이 세계가 타 버릴까 하여 그 불을 묻었노라」 하셨도다.
공사3장2절
상제께서 사명기(司命旗)를 세워 전 명숙과 최 수운의 원을 풀어주셨도다. 상제께서 피노리(避老里) 이 화춘(李化春)의 집에 이르셔서 그에게 누런 개 한 마리를 잡고 술 한 동이를 마련하게 하고 뒷산의 소나무 숲에서 가장 큰 소나무 한 그루와 남쪽 양달에 있는 황토를 파오게 하고 백지 넉 장을 청 홍 황의 세 색깔로 물들여서 모두 잇고 베어 온 소나무의 한 윗가지에 달게 하고 백지 석장에 각각 시천주를 쓰고 그 종이 석 장에 황토를 조금씩 싸서 함께 잇고 또 소나무 가지에 달고 그 나무를 집 앞에 세우시니 마치 깃대와 같은지라.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가라사대 「이곳에서 전 명숙이 잡혔도다. 그는 사명기(司命旗)가 없어서 포한(抱恨)하였나니 이제 그 기를 세워주고 해원케 하노라.」 다시 상제께서 사명기 한 폭을 지어 높은 소나무 가지에 달았다가 떼어 불사르시고 최 수운을 해원케 하셨도다.
공사3장3절
상제께서 어느 날 공우에게 「고부에 가서 돈을 주선하여 오라」 하시더니 마련된 돈으로써 약방의 수리를 끝마치시고 갑칠로 하여금 활 한 개와 화살 아홉 개를 만들게 하시고 그것으로써 공우로 하여금 지천(紙天)을 쏘아 맞추게 하시고 가라사대 「이제 구천을 맞췄노라」 하시고 또 말씀을 잇기를 「고부 돈으로 약방을 수리한 것은 선인포전(仙人布氈)의 기운을 쓴 것이니라」 하셨도다.
공사3장4절
상제께서 七월에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리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 년 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 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고 하셨도다.
공사3장5절
또 상제께서 가라사대 「지기가 통일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류는 제각기 사상이 엇갈려 제각기 생각하여 반목 쟁투하느니라. 이를 없애려면 해원으로써 만고의 신명을 조화하고 천지의 도수를 조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이룩되면 천지는 개벽되고 선경이 세워지리라」 하셨도다.
공사3장6절
상제께서 각 처에서 정기를 뽑는 공사를 행하셨도다. 강산 정기를 뽑아 합치시려고 부모산(父母山)의 정기부터 공사를 보셨도다. 「부모산은 전주 모악산(母岳山)과 순창(淳昌) 회문산(回文山)이니라. 회문산에 二十四혈이 있고 그 중에 오선위기형(五仙圍碁形)이 있고 기변(碁變)은 당요(唐堯)가 창작하여 단주를 가르친 것이므로 단주의 해원은 오선위기로부터 대운이 열려 돌아날지니라. 다음에 네 명당(明堂)의 정기를 종합하여야 하니라. 네 명당은 순창 회문산(淳昌回文山)의 오선위기형과 무안(務安) 승달산(僧達山)의 호승예불형(胡僧禮佛形)과 장성(長城) 손룡(巽龍)의 선녀직금형(仙女織錦形)과 태인(泰仁) 배례밭(拜禮田)의 군신봉조형(群臣奉詔形)이니라. 그리고 부안 변산에 二十四혈이 있으니 이것은 회문산의 혈수의 상대가 되며 해변에 있어 해왕(海王)의 도수에 응하느니라. 회문산은 산군(山君), 변산은 해왕(海王)이니라」 하시고 상제께서 그 정기를 뽑으셨도다.
공사3장7절
상제께서 여름 어느 날에 황 응종의 집에서 산하의 대운을 거둬들이는 공사를 행하셨도다. 상제께서 밤에 이르러 백지로 고깔을 만들어 응종에게 씌우고 「자루에 든 벼를 끄집어내서 사방에 뿌리고 백지 百二十장과 양지 넉 장에 글을 써서 식혜 속에 넣고 인적이 없을 때를 기다려 시궁 흙에 파묻은 후에 고깔을 쓴 그대로 세수하라」고 명하시니 그는 명하신 대로 행하였더니 별안간 인당에 콩알과 같은 사마귀가 생겼도다. 응종이 그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벼를 뿌린 것을 보았으나 한 알도 보이지 않고 없어졌도다.
공사3장8절
이 도삼이 어느 날 동곡으로 상제를 찾아뵈니 상제께서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낱낱이 세어보라」 하시므로 그는 범ㆍ표범ㆍ이리ㆍ늑대로부터 모기ㆍ이ㆍ벼룩ㆍ빈대에 이르기까지 세어 아뢰었도다. 상제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사람을 해치는 물건을 후천에는 다 없애리라」고 말씀하셨도다.
공사3장9절
상제께서 대흥리에서 三十장의 양지 책의 앞장 十五장마다 「배은망덕 만사신 일분명 일양시생(背恩忘德萬死神 一分明一陽始生)」을, 뒷장 十五장마다 「작지부지 성의웅약 일음시생(作之不止聖醫雄藥 一陰始生)」을 쓰고 경면주사와 접시 한 개를 놓고 광찬에게 가라사대 「이 일은 생사의 길을 정함이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고 하시니 광찬이 「선령신을 섬길 줄 모르는 자는 살지 못하리이다」고 여쭈니 상제께서 말씀이 없으시다가 잠시 후에 「네 말이 가하다」 하시고 접시를 종이에 싸서 주사(朱砂)를 묻혀 책장마다 찍으셨도다. 「이것이 곧 마패(馬牌)라」고 이르셨도다.
공사3장10절
상제께서 궤 두 개를 만들어 큰 것을 조화궤라 이름하고 동곡 약방에 두고 작은 것을 둔(遁)궤라 이름하고 공부하실 때에 七十二현(賢)의 七十二둔궤로 쓰시다가 신 경수의 집에 두셨도다.